마장지지를 만들면서 가장 오래 붙든 질문이 있어요.
"경마를 맞힐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럼 마장지지에도 AI를 넣어야 하나?"
검색해보면 국내엔 "AI가 우승마를 찍어준다"는 서비스가 꽤 많아요. 적중률 80%, 90%… 숫자만 보면 혹하죠. 그런데 데이터를 파고들수록, 저는 오히려 반대 결론에 닿았어요.
이 글은 시리즈 「AI는 경마를 어떻게 볼까」의 1화예요. 결론부터 말하면 — 마장지지는 "누가 이긴다"를 말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이 시리즈에서 "예측이라는 게 데이터로 대체 어떻게 이뤄지는가" 를 같이 들여다볼 거예요.
세계 최고도 '겨우' 이겼어요
경마 예측의 전설이 있어요. 통계학자 빌 벤터. 수학 모델로 경마에서 약 10억 달러를 벌었다고 알려진 사람이에요. "거봐, 결국 맞히잖아!" 싶죠?
그런데 그의 연구가 말하는 진짜 숫자는 아주 겸손해요. 그의 모델이 대중의 배당률(수만 명의 베팅이 만든 집단 추정)보다 나았던 정도는 티끌만큼이었고, 심지어 모델 혼자로는 부족해서 반드시 배당률을 재료로 함께 써야 제대로 작동했어요. 세계 최고 사례가 "압도"가 아니라 "미세한 우위를 어마어마한 규모로 복리처럼 불린" 거였던 거예요.
학술 연구들을 봐도, 최고 성능 모델의 단승(1착) 적중률이 40% 안팎이에요. 아무렇게나 찍는 것보단 낫지만, "맞힌다"고 부르기엔 한참 멀죠.
그럼 "적중률 97%"는 뭐예요?
가끔 "정확도 97%" 같은 논문이나 서비스가 있어요. 여기엔 함정이 숨어 있어요.
- 인기마 착시 — 인기마는 원래 자주 이겨요. 그냥 매번 "인기마요"라고만 해도 정확도는 저절로 높아져요. 문제는 인기마는 배당이 낮아서, 맞혀봐야 남는 게 없다는 거예요.
- 정확도 ≠ 수익 — 한 연구에선 '정확도'를 최대로 끌어올린 시스템이 오히려 크게 손해(수익률 −75.9%)였고, '확률을 정직하게 보정'하는 데 집중한 시스템이 이익(+36.9%)이었어요. 정확도를 좇을수록 지갑이 얇아진 거예요.
- 그 밖에 과적합, 데이터 누수(미래 정보가 몰래 새어드는 것) 같은 기술적 착시도 흔하고요.
그래서 "적중률 몇 %" 마케팅은, 이제 저는 숫자가 클수록 오히려 한 번 더 의심해요.
사실, 가장 똑똑한 예측기는 이미 거기 있어요
여기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반전이 있어요. 배당률 자체가 이미 엄청난 예측기라는 거예요.
배당률은 수많은 사람이 각자 돈을 걸어 만든 집단지성 확률 추정이거든요. 시장은 새 정보를 거의 즉각 반영해서, 어떤 똑똑한 모델도 이 배당률을 이기기가 정말 어려워요. (이 이야기는 2화에서 제대로 풀게요.)
오해는 마세요 — 예측이 무의미한 건 아니에요
여기까지 읽으면 "그럼 다 소용없네?" 싶을 수 있는데, 정반대예요.
벤터가 10억 달러를 벌었다는 건, 아무리 작아도 진짜 우위(엣지)는 존재한다는 증거예요. 무작위로 찍는 것과 데이터를 파고든 판단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포인트는 그 우위가 "반드시 맞힌다"가 아니라 "확률을 조금 더 예리하게 읽는다" 에 가깝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건 운이 아니라 꾸준한 정량·정성 분석에서 나와요. 때로는 남들이 놓친 말을 데이터로 먼저 알아보는 짜릿함도 있고요.
그러니까 데이터를 잘 읽는 건 진짜 실력이에요. 마장지지가 하려는 게 바로 그거예요 — 답을 대신 정해주는 게 아니라, 여러분이 더 예리하게 읽도록 돕는 것.
그래서 우리가 내린 결정
이 모든 걸 보고 나니, 마장지지의 방향이 오히려 선명해졌어요.
우리는 "이 말이 이긴다", "우승 확률 73%" 같은 단정을 하지 않아요.- 하나는 법이에요 — 한국에서 확률 단정이나 베팅 추천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이거든요.
- 다른 하나는 정직이에요 — 세계 최고도 티끌 우위인데, 우리가 단정한다면 그건 거짓말이죠.
재밌는 건, 이 둘이 학계의 결론과 정확히 겹친다는 거예요. "예측은 겸손해야 한다"는 것. 법도, 데이터도,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대신 우리는 데이터를 읽기 쉽게 보여주는 쪽을 택했어요. 판단의 재료를 최대한 잘 정리해서 드리고, 결론은 여러분이 내리는 거예요.
이 시리즈에서 할 이야기
그래서 이 시리즈는 "누가 이긴다"가 아니라 "예측이라는 게 대체 뭔가" 를 다뤄요. 예고편처럼 몇 가지만 —
- 배당률은 왜 이미 예측일까
- 10억 달러를 번 벤터의 진짜 교훈
- "97% 정확도"의 함정
- 데이터는 말의 무엇을 '신호'로 볼까
숫자를 못 맞혀도, 데이터로 경마를 "읽으면" 충분히 재밌거든요. 그 재미를 같이 나눠보려고요. 다음 화에서 봬요. 🐎